32 # 이성원이 노래하는 아이들을 위한 옛동요 10곡

2011. 11. 27. 18:59음악감상/4.동요

 

 

 

이성원이 노래하는 아이들을 위한 옛동요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1996 화음레코드)

이성원 Lee Sung Won 1961년 01월 05일 -

Track - 전곡 연주

 

1. 프롤로그 (Prologue 따오기 1절, 추곡초등학교 전교생) 00:36
2. 겨울나무 (Winter trees 이원수 작사, 정세문 작곡) 03:42
3. 엄마야 누나야 (My Mom & Sister 김소월 작사, 김광수 작곡) 02:27
4. 구두 발자국 (Foot print of shoes 김영일 작사, 나운영 작곡) 02:56
5. 나뭇잎 배 (Boat of leaves 박홍근 작사, 윤용하 작곡) 04:14
6. 섬집아기 (A Baby living in an Island 한인현 작사,이홍렬 작곡) 03:35
7. 오빠생각 (Thinking a Brother 최순애작사, 박태준 작곡) 04:10
8. 모래성 (A Sandy Castle 박홍근 작사, 권길상 작곡) 03:32
9. 나뭇잎배 (Boat of leaves 연주) 04:13
10. 에필로그 (Epilogue 따오기 2절, 추곡초등학교 전교생) 00:38

Credits

레코딩 엔지니어 : 황인
기획사 : 윤숭호
레코딩 스튜디오 : TAC STUDIO

노래/이성원 : 편곡/이영재, 이성원 : 녹음/TAC STUDIO, SOUND BANK STUDIO : 엔지니어/황인, 이영재 : 컴퓨터프로그래밍/이영재 : 드럼/안기정 : 베이스/조원익 : 일렉트릭기타/이영재 : 어쿠스틱기타/이영재, 이성원 : 플룻/김희숙 : 피아노/황순영 : 바이올린/이지연 : 하모니카/김두수 : 자켓사진/임연호 : 자켓디자인/윤숭호 : 기획/윤숭호 : 제작/VISION MEDIA

Introduction

이 음반에는 '엄마야 누나야', '구두 발자국', '나뭇잎배', '섬집아기' 등 작은 시골학교의 어여쁜 여선생님과 낡은 풍금소리와 검정 고무신을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훌쩍 세월을 넘겨버린 어른들을 위한 동요가 아기자기 모여있다.

어둠이 들었다 불을 밝혀라 - 이성원의 노래

김진묵(음악평론가)

거대한 삶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것을 관조하는 수단으로 예술은 좋은 방법이 된다. 다시 말해 예술은 삶이라는 엄청난 병세를 풀어나가는 여러 방식 가운데 하나로 꽤나 긍적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음악에 있어서 예술성은 진지한 음악 행위와 결과 혹은, 부산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술 자체가 목적인 것은 아직 미숙한 음악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가의 삶을 바라보는 '진지함'이다. 이 진지함에 공감할 때 우리는 '예술적 감동을 얻었다.'고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도 듣는 이가 공감하지 않으면 의미없는 소리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예술적 논리만으로 사람의 미움을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듣는 이와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 즉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진지한 자연 관조와 자기 성철이 우선하여야 한다. 예술은 이를 표현해내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현실에는 너무나도 많은, 예술을 추구하는 음악이 있다. 결국 우리는 예술 공해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에서 이성원의 노래는 가뭄 끝의 단비처럼 신선함을 전해준다. 그 신선함은 그의 음악 속에 깃듣 명상성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자연 관조와 자기 성철의 미학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바라보다 '얻어지는 ' 시와 노래

이성원은 작곡을 하기 위해 펜을 들고 책상머리에 앉지 않는다. 자연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와 함께 노래를 얻는다. 즉흥적으로 직관에 의해 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고치거나 다듬을 필요가 없다.

어느 봄날, 나뭇가지 끝에 피어나는 나뭇잎을 바라보던 이성원은 태양을 향한 푸른 나뭇잎의 형상이 불꽃과 같음을 알았다. 자신의 삶이 불꽃과 같다고 느끼던 그는 나무가 된다. 언덕에 서서 황금빛 저녁을 맞이한 나무는 밤이슬을 맞으며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는다. 나무는 갈증이 난다. 그러나 달빛 고운 하늘에서 단비가 내릴리 없다. 채념의 미학을 아는 나무는 '오지 않는 님' 대신 불어오는 바람의 속삭임에 허허로운 마음을 달랜다.

대나무를 그리기 위해 대나무를 바라보던 사나이가 결국 대나무가 되어버린 이야기가 있다. 그 사나이의 깊은 관조를 이성원에게서 본다. 관조는 애정어린 눈으로 볼 때에 가능하다. 나무와 내가 하나라는 것을 우주라는 전체성을 설명해야만 이해한다면 이는 답답한 일이다. 이성원은 그 전체성을 직관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많은 노래는 모두 이런 식으로 씌어졌다. 어둠을 응시하다 <말하라 어둠이여>, 밤이 지나가는 소리를 귀기울여 듣다 얻은 <이 밤에>, 멀고 먼 삶의 여정을 담백하게 그린 <보아라 수아>, 그리고 언어를 넘어선 의식의 세계에서 얻은 <비숑>과 <루디엥>같은 노래에서 우리는 그가 명상을 통해 얻은 메시지를 나눌 수 있다.

세상은 자구 우리를 화나게 한다. 물신자를 양산해내는 종교, 우리의 아이들을 망치는 교육, 그리고 기득권층을 위해 모두를 볼모로 한 제도들. 올바른 의식으로 바라본 세상은 너무 안스러워 눈물없이는 볼 수가 없다.

오늘도 산을 깎아내리는 개발 현장을 우회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산을 깎을 수 있어도 산을 만들 수는 없다. 화가 난 마음을 가다듬으며 이성원의 노래 <문밖에 봄빛은>을 듣는다. 이성원은 '에아! 꽃밭에 꽃이 피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어둠이 들었다. 불을 밝혀라'라고 불호령을 내린다. 우리에게 아직도 삶의 신비가 남아 있음을 본다.

[자료: "굿 인터내셔날 " 이성원 앨범 소개의 글에서]

     

이성원 Lee Sung Won 1961년 01월 05일 / 대한민국

불혹의 나이에 동요음반을 발표한 포크가수 이성원. 흔치 않은 동요 가수로 대중들은 그를 기억하지만 사실은 곽성삼, 김두수와 더불어 1980년대 3대 언더 포크가수로 가요 마니아들의 추앙을 받는 아티스트다. 덥수룩한 수염에 치렁치렁한 장발은 기인의 향내를 풍기지만 자유로운 영혼에 순응하는 외견일 뿐 실은 맑은 영혼으로 노래하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사람이다.

그는 포크로부터 출발해 국악과 민요, 동요에 이르기까지 20여 년 동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노래해 왔다. 최근 동요가수로 제법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화려한 주류무대와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그저 자신의 노래를 듣기 원하는 돈 안되고 소박한 무대만을 찾아 나서는 별난 사람이다.

그의 동요는 기억 저편에 실종된 어릴 적 추억과 다정했던 사람들의 존재를 되살려놓는 마력을 지닌 가락이다. 똑같은 동요도 그가 부르면 가슴이 시려온다. 그래서인가 그의 동요가락은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오히려 즐겨 듣고 눈물을 훌쩍인다. 이성원의 노래 가락은 살벌한 생존경쟁사회에 조용히 울려 퍼지는 아침 이슬 같은 무균질의 결정체이다.

이성원은 1961년 4월 5일 경남 진해에서 지방지 신문기자로 활약하다 개인사업을 했던 부친 이석곤과 모친 김기연의 1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은 당시엔 갖기 어려웠던 전축을 갖춰놓고 재즈 등 흑인 음악을 즐기고 노래자랑대회에서 입상을 했을 만큼 음악을 사랑했다.

음악 소리가 멈추지 않았던 윤택한 집안의 외아들 이성원이 음악의 달콤함을 일찍 알게 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진해 도천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물동이를 지고 가면서 바람에 부대끼는 뒷산 대나무 소리 등 온갖 자연의 소리가 좋았던 이성원. 4학년 때 하모니카를 가르쳐주신 고정엽 선생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러나 부친이 황달과 고혈압으로 일찍 세상을 등지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어머니는 모진 고생을 겪으며 어렵게 네 자녀를 키웠다. 진해 중학교 때는 월사금을 내지 못해 수업 중에 집으로 쫓겨와 정학까지 먹을 정도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만도 기적이었다. 같은 처지의 여동생은 등록금을 내지 못해 졸업장 없는 졸업생이 되었다. 궁핍한 생활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현실에 순응했다. 진해상고 3학년 때 친구 집에서 우연히 접한 통기타소리는 답답한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었다. 졸업 후 신문, 우유배달과 가구점 일꾼으로 전전했다. 그러나 우유 배달 중에 어려운 노인이나 아이들을 만나면 우유를 거저 나눠주고 신문 배달 때는 못된 20명의 불량배들과 한판 대결을 벌였을 만큼 정 많고 의협심 넘치는 청년이었지만 일꾼으론 미덥지 못했다.

1981년 해태유업에서 전국의 직원을 대상으로 장기자랑대회를 열자 노래로 1등을 해 상금으로 빚진 우유 값을 갚고 나왔다. 이후 세광전지의 지점에 사무직으로 취직해 1년간 근무했다. 어느 날 ‘합창단을 조직하라’며 본사로 부터 기타가 지급됐다. 독학으로 기타연습을 하고 있던 터라 무엇보다 반가웠다. 그러나 업무 시간에 몰래 회사 공중목욕탕에서 매일 기타를 튕기자 구내매점 주인이 고자질하는 바람에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후 음악적 방향도 없이 그저 노래가 부르고 싶은 마음에 카페들을 방랑하며 노래 아르바이트를 했다.

결국 가수가 되려는 청운의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을 했다. DJ 이종환이 운영하는 명동 쉘브르의 노래경연대회에 참가했지만 떨어졌다. 이후 무명 통기타 가수로 소일하다 빚을 내 이화여대 정문 앞에 ‘쉼표’라는 카페를 열었다. 영화사 ‘신씨네’의 신철과 배우 명계남 등 신촌 쪽에서 놀던 특이한 연예인들이 당시 내 카페를 아지트로 삼고 드나들었다. 카페를 작은 공연장으로 삼아 마음껏 노래하며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며 이성원은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당시 김민기, 한대수, 송창식, 양희은 등이 부른 노래 전곡을 ‘파 들어가며’ 연습했다.

하지만 양희은이 불렀던 김민기 곡 <밤뱃노래>속의 전통가락이나 특히 <진주난봉가>의 구수한 우리 가락이 가슴을 파며 스며 들어왔다. ‘내가 무엇을 노래해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가락을 노래해야 한다는 답을 얻었던 시기였다’고 이성원은 회고한다.

1985년 어느 날 봉은산에 별을 보러 올라갔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신기하게 움직이던 별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정신을 잃고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코밑의 상처는 그때 입었고 한동안 거동조차 할 수 없었다’고 이성원은 말한다. 기이한 경험은 1집 수록곡 <선인장>의 악상이 갑자기 떠오르며 창작의 물꼬를 터트렸다.

이성원은 1986년 정기적인 개인콘서트를 크리스탈 문화센터에서 열며 자신의 음악빛깔에 덧칠을 해나갔다. 창작곡으로 꾸며진 데뷔음반<문을 열고 나서니-아세아,1987년>은 제작사의 야심에 찬 홍보전략으로 제법 촉망 받는 인기가수의 꿈을 키우게 했다. 그러나 방송국 PD에게 촌지 봉투가 오가는 것을 보자 음악보다 돈이 우선하는 현실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실 1집은 이성원의 국악적 향내를 철저하게 지워내는 편곡으로 제작된 평범한 앨범이었다.

그는 ‘솔직히 음반을 낸다는 욕심에 상업적으로 타협했다’고 고백한다. 이후 상업적인 음악활동과는 거리를 두며 우리가락을 포크와 접목하는 음악실험에 몰입하며 즉흥 창작 무용곡에도 빠져들었다. 1988년 겨울 평택에서 새벽 산책을 나갔다가 동화처럼 신기한 경험을 했다.

소들이 숨쉴 때마다 내뿜는 하얀 김이 장관을 이루자 만져보고 싶어 다가갔다. 소들이 기겁을 하며 달아나자 돌아서기 섭섭해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자 흩어져있던 소들이 신기하게도 스스로 뿔을 들이대거나 혓바닥을 내밀며 몰려들었다.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자 우리 가락은 자연과의 교감이 가능하다는 가슴 뻐근한 감동이 밀려왔다.

신비로운 경험은 더욱 자유로운 음악 날갯짓으로 1989년 첫 국악 가요 발표회로 이어졌다. 2집<나무밑에서-서울음반,1991년>은 자신의 음악색깔을 고스란히 담은 사실상의 데뷔 음반이다. 이정선이 편곡작업을 거들고 김두수는 기타 세션으로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러나 한편의 시나 다름없는 수록곡 <밭>의 절제된 가사는 ‘말이 안 된다’는 이유로 심의에 걸렸다. ‘2집 발표 후 골수 팬들이 생겨나 지금까지 묵묵하게 도와주는 후원자가 있다. 올해 발표한 2장의 신보도 그 분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말하는 이성원. 수록곡 <보아라 수야><구름타령><밭>은 1980년대를 수놓을 만한 한국적 가락의 정통 포크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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