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4. 16:19ㆍ아름다운 삶/5.빌바우글
감나무의 지혜
우리 집 뜰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십여 년 전에 어린묘목을 심은 것이 어느새 지붕보다 더 높이 성장하여
무성하게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무릇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든 생물의 공통점은 태어나서 성장하고 종족
보존을 한 후 늙으면 죽는 4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 감
나무도 이제 바야흐로 종족보존의 단계에서 지혜롭게 맡은 바 임무를 다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여기서, 무심히 넘길 수도 있는, 감나무의 종족보존을 위한 지혜
로움에 대하여 몇 가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 번째 지혜로움은 씨앗(감)의 보호를 위한, 그리고 씨앗을 널리 퍼뜨
리기 위한색깔 변화의 지혜로움이다. 씨앗이 덜 성숙했을 때는 까막, 까
치 등 새들로부터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잎사귀와 같은 녹색을 띄다가, 씨
앗이 다 익어 이제 널리 퍼뜨려야 할 때가 되면 눈에 잘 띄어 새들을 유혹
할 수 있는 빨간색으로 변한다.
두 번째는 맛의 변화로 씨앗을 보호하는 지혜다. 덜 익은 감은 떫지만
빨갛게 익어 홍시가 되면 달다. 처음부터 맛이 좋으면 아마 씨앗이 익기
도 전에 모두 없어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는 감나무 스스로 적과(과실을 솎아 냄)하는 지혜로움이다. 사
과나 배 등 다른 과일은, 나무의 보호와 적정수준의 열매 유지를 위하여
스스로 적과하는 능력이 없어 사람 이 대신 해 준다. 그러나 감나무는
열매가 커 가면서, 알맞은 열매 수로 적절한 시기에 감이 빠지도록 하
여 나머지가 튼튼한 씨앗이 되도록 한다.
네 번째는 씨앗 표면에 특수 물질로 보호막을 입히는 고도의 코팅 기
술이다. 새들이 감을 먹을 때 씨앗도 삼켰을 경우, 다른 데로 멀리 날아
가 배설을 하게 된다.
이때 새의 소화기관을 통과한 씨앗이 전혀 손상을 입지 않고 배설되어
튼튼한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감나무의 종족보존에 대한 지혜로움은 가히
놀랄 만하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능도 없고, 특별한 센서도 없는 식
물이 어떻게 이렇게 주도면밀하고 사려 깊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기
야 감나무가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연생태계에서 적자생존(생존경쟁의 세계에서 외계의 상태나 변화에적합하거
나 잘 적응하는 것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멸망하는 일)의 법칙에서 승리자
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영주초등 어린이 여러분도 감나무의 슬기로운 지혜를 본받아 앞
으로 더욱 주도면밀하고 사려 깊은 행동으로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승리
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영주초등학교 2009년도 학교신문에 실었던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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